
등불사주
무슨 말을 해야 닿을까
대화가 왜 자꾸 끊길까
퇴근길, 딸을 태우고 오는 차 안에서
「요즘 학교는 어때?」
오후 5:50
물어보면 한 단어,
더 물어보면 이어폰이 들어갑니다.


할 말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릅니다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하죠
딸은 원래 아빠랑 멀어져사춘기 지나면 돌아와아빠는 가만히 있으면 돼정말,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요

친구에게는 한참을 말하는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아빠에게 닿는 길이 다를 뿐입니다.
아빠와 아이는
말이 나오는 순서가 다릅니다

쇠 기운이 큰 아빠는 결론부터 말하고, 물 기운이 큰 아이는 먼저 들어 주길 바랍니다.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이 나오는 순서가 다릅니다.
예시입니다. 리포트는 두 사람의 생일로 새로 계산합니다.

「먼저 들어 보자.」
순서를 바꾸면 말이 나올 자리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 리포트는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지 않습니다
왜 대화가 자꾸 끊기는지
어디서 자꾸 엇갈리는지
무슨 말로 시작하면 닿는지